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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 재미/책

봉고차 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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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일구나스 지음,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출간.


10월 말에 다 읽은 책.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학자금 대출로 고생하는 청년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 같은데 

미국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이 책은 앨프리드 대학교와 버펄로 대학교에 다니면서 

학자금 대출로 2만 7,000달러나 빚을 진 켄 일구나스의 경험담을 다루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에 가고 수업을 듣고 별다른 교내 활동 없이 하교하여 친구와 컴퓨터 게임을 즐겼던,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미국 고등학생보다 80~90년대의 우리나라 고등학생과 생활이 닮은 듯한 

저자는 오늘날 청소년들이 으레 그렇듯 '다들 가기 때문에' 대학교에 진학하고 그 '진지하지 못한 결정' 때문에 

우리 돈으로 약 3,000만 원에 달하는 빚을 지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면 어딘가 취직을 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에는 자신과 똑같은 학생들이 넘쳐났다. 


저자는 이 시점부터 고민을 시작한다. 아무 고민 없이 지냈던 고교 시절과 무심코 한 대학 진학 결정, 

막연히 선택한 전공, 사회 구성원들에게 빚을 지우는 현대 사회와 대학 체계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

그러다가 어느 날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빚을 갚기 위해 원치 않지만 매일 같이 나가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알래스카를 향한다. 


여름방학에 알래스카의 콜드풋에서 모텔 청소 일을 하다가 휴일에 블루클라우드라는 산을 오른 그는 

거의 죽을 만큼 고생을 하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다. 그 후로 알래스카는 저자의 또 다른 고향이 되었다. 

'자신이 바라는 진짜 삶'에 대해 쉬지 않고 고민하던 일구나스는 버펄로 대학 졸업 후에 다시 알래스카를 찾아와 

모텔 청소부, 임시 조리사, 여행 가이드, 쓰레기 청소부 일을 하고 히치하이커와 뱃사공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번듯한 기업에서 큰돈을 벌며 일하지는 않았지만 

알래스카에서 숙식을 공짜로 해결하며 번 돈을 모두 빚 갚는 데 쓴 덕분에 오히려 통장 잔고가 늘기까지 한다. 


대학 때문에 빚을 지고 빚 상환을 위해 고된 경험을 했지만 그 경험을 통해 저자의 마음속에는 

인문학 교육을 받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리하여 세상을 보는 눈을 더 키우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고 숙식에 드는 비용을 최소한으로 낮추기 위한 '봉고차 생활'이 시작된다. 

학교 주차장에 봉고차를 세워놓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짠했지만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바를 실천하기 위한 결연한 의지에 끝까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초반에 70쪽 정도까지는 긴장감이 들지 않아 조금 졸리기도 했지만 저자가 알래스카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부분부터는 거의 책을 놓지 않고 본 것 같다. 자연 묘사가 아주 세밀하지만 그게 오히려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은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자잘한 영미식 표현이 문장에 다 들어간 걸 보면 번역자분이 단어 하나도 빼놓지 않고 우리말로 살리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아주 가끔 '그런 건 아예 빼버렸으면 더 자연스레 읽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상당히 좋은 번역이었다는 느낌. 다른 말 필요 없이, 재미있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네이버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192411


학자금 대출에 청춘을 저당잡힌 ‘삼포세대’에게 전하는 특별한 생존기!

뉴욕주립대 버펄로 캠퍼스를 졸업한 켄 일구나스. 대학을 졸업한 그의 어깨에는 3만 2000달러의 학자금 대출과 인문학 학사 학위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구직 초반의 장밋빛 전망도 잠시. 아무런 전문기술이 없었던 그는 수십 번의 고배를 마신 뒤, 약 3년간 각종 쓰레기 처리자, 보조 조리사 등 저임금직을 전전하며 처절하게 학자금 대출을 갚기 시작한다.

빚더미를 헤치고 살아남기 위한 약 6년간의 좌충우돌 분투기를 담은 『봉고차 월든』은, 타성에 젖은 게으름뱅이였던 ‘잉여 청춘’이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악전고투하면서 자기성찰의 능력과 양심을 갖춘 이 시대의 ‘시민’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재기 발랄한 에세이 책이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갖은 일을 해가며 ‘뉴욕주립대 학자금 대출’이라는 산을 무사히 넘은 켄 일구나스. 그는 이번에 어떻게 해서든 빚을 지지 않고 듀크대 대학원을 졸업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곧바로 중고 봉고차를 얻어 도서관에서 전기를 사용하거나 캠핑용 버너로 끼니를 해결했다. 끊임없는 허기에 시달리고 병에 걸리는 등의 고초도 겪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지고 재정적으로도 많은 돈을 아끼는 혁명과 같은 변화를 경험한다.


켄 일구나스

저자 : 켄 일구나스
저자 켄 일구나스는 1983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해밀턴에서 태어나 미국 뉴욕 주 서부의 작은 교외 마을인 휘트필드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졸업 후 앨프리드 대학교를 거쳐 뉴욕주립대 버펄로 캠퍼스에 진학했다. 대학 재학 시절, 대형 슈퍼마켓의 카트 정리 아르바이트생부터 신문배달원, 패스트푸드점 조리사, 정원사, 공공 스케이트장 경비로 일하고 몇 차례 인턴생활을 경험한다. 대학에서 역사학과 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으나 실용적인 기술은 전혀 못 배운 채 취업시장에 나와 수십 번 고배를 마신다. 3만 2000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2년 반 동안 알래스카에서 모텔 청소부, 여행가이드 등의 저임금 노동직을 전전한다.

빚을 모두 청산한 뒤 다시는 빚지지 않으며 인문학을 공부하겠다고 다짐한 저자는 바람대로 듀크대 대학원 인문교양 프로그램에 합격한다. 오래전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연못가의 오두막에서 은둔했듯이 대학원 생활 2년 반 동안 봉고차에서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극도로 소비를 제한하며 비밀스럽게 생활하는 ‘실험’을 이어간다. 

히치하이크로 몇 차례나 대륙을 횡단하며 1만 2000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리를 이동한 바 있으며, 18세기 뱃사람처럼 캐나다의 온타리오를 뗏목 항해로 가로지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키스톤 XL 파이프라인의 루트를 따라 앨버타에서 텍사스까지 약 2735킬로미터를 걸어서 여행했다.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거의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대학에서 공부한 인문학 덕에 자기성찰의 능력과 양심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었노라고 말하는 저자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 스토크스카운티에서 친구의 정원을 돌보거나 봉고차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1부. 채무자 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문교양 학위를 가지고 3만 2000달러나 되는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 했던 나의 노력 
chapter 01. 카트 정리 아르바이트 
chapter 02. 알래스카의 풋내기 
chapter 03. 취업준비생 
chapter 04. 여행가이드 
chapter 05. 쓰레기 처리자 
chapter 06. 야간 조리사 
chapter 07. 정비 직원 

2부. 떠돌이 생활 또는 빚더미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한 나의 노력 
chapter 08. 히치하이커 
chapter 09. 뱃사공 
chapter 10. 평화봉사단원 
chapter 11. 아들 
chapter 12. 공원관리원 
chapter 13. 택배 배달원 

3부. 대학원생 또는 으스스한 빨간 봉고차에 살면서 대학원 학비를 감당해보려는 노력 
chapter 14. 쇼핑 
chapter 15. 개조 
chapter 16. 새로운 환경에 정착하다 
chapter 17. 적응 
chapter 18. 첫번째 손님 
chapter 19. 고독 

4부. 봉고차 거주 또는 나는 어떻게 단순하게 사는 법을 배웠는가 
chapter 20. 공원관리원 
chapter 21. 순례자 
chapter 22. 졸업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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