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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 재미/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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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달 전에 읽은 책인데 완전히 잊고 있었다.
'식물, 역사를 뒤집다'를 번역하며 '해바라기' 편에
고흐의 이야기와 그의 편지가 나와서
자료를 찾다가 발견한 것이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제1권이었다.
불우한 삶을 살았지만 진정한 예술가 혹은 장인의 정신을
화폭에 담고자 항상 노력했던 그의 모습에 크게 감동했고,
그래서 그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권의 경우는 애초에 발매 계획이 없었는데
동생 테오와 고흐의 편지를 실은 1권이 워낙 잘 팔려서
기획된 책으로 보인다. 출간 시기도 꽤 차이가 있는 걸 보니.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는 고흐의 친구였던
네덜란드 화가 라파르트와 고흐의 편지를 담고 있다.
고흐가 그림 연습을 막 시작한 시기에 주고받은 글이
담겼는데, 테오와 일생 동안 주고받은 편지에서 보이듯
오랜 세월에 걸친 심경의 변화가 드러나진 않지만,
그림을 향한 고흐의 고집스러운 면모는 매우 잘 나타나 있다.

화가든, 작가든, 음악가든, 그리고 또 번역가든
자기 가는 길에 확고한 신념, 혹은 고집 하나는 꼭 있어야
작품에 자신을 담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번역가는 작가의 글 뒤에 모습을 감추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는 말도 있고, 번역은 창작이 아니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글을 옮기든 그 번역가만의
글솜씨나 어투, 선호하는 단어는 티가 나기 마련이고
같은 글이라도 번역가에 따라 다르게 옮겨진다.
그런 점에서 번역된 글은 그 역자만이 만들 수 있는 창작물이 아닐까?
어찌 됐든 무형의 상상물을 현실로 옮기는 모든 일에는
개개인의 무한한 신념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하여 냉정하고 매정하게 보일 정도로 고집스러운 고흐의 생각을 읽고
과연 나답게 책 속에 나를 담는 일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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