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기타를 치면 누구나 한 번은 걸리는 텔레병
일렉기타를 시작할 때 아마 보통은 스트라토캐스터(스트랫)나 레스폴 계통 둘 중 하나를 고르지 않나 싶다.
나도 맨 처음 친구에게 빌려 쓴 기타는 스트랫이었고 직접 산 첫 일렉기타는 에피폰 레스폴이었으며
평소에 익숙하게 본 기타들도 대부분 이 두 타입이었다.

그 외에 일렉기타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스트랫과 레스폴 다음으로 알 만한 것이 텔레캐스터일 터.
기타 초보가 텔레로 시작하는 경우가 아예 없진 않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고 아는데
↑위와 같은 사례가 아닌 이상 기타를 치다보면 누구나 한 번은 '텔레병'에 걸린다고 한다.
일렉기타를 처음 잡고 20년 정도 지나면서도 텔레캐스터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지만
작년 3월에 호테이 토모야스 공연을 보고 나도 텔레병에 걸리고 말았다.
호테이 토모야스 라이브 인 서울 내한공연
2월 초에 공연 소식을 알았을 때는 못 갈 줄 알았다. 현재는 육아에 한창 힘써야 할 때라 시간을 내기도 어려울 뿐더러 내 경험상 일본 밴드의 라이브 콘서트라 하면 보통 오후 6시나 7시쯤 시작
graball.tistory.com
호테이 토모야스의 주력 기타는 호테이 특유의 흑백 디자인이 새겨진 텔레캐스터다.
나는 여태 페르난데스(Fernandes) 제품만 알고 있었는데 그 뒤에 조디악(Zodiacworks)이라는 브랜드로 옮겼던 모양.
찾아보니 조디악은 회사 대표의 사망으로 유지가 어려워져 폐업했다고 한다.
작년에 조디악 쪽 개발자를 구심점 삼아 조디악 네오(Zodiac Neo)라는 브랜드가 다시 생겨나 호테이 모델 역시 재생산된다고 한다.
Zodiac NEO
布袋寅泰シグネチャー・モデルの開発や製造に携わった播木努をマスタービルダーに迎え誕生したギターブランド “Zodiac NEO” のブランドサイト。
www.zodiac-neo.com
아무튼 텔레캐스터를 든 호테이 옹을 공연장에서 직접 본 탓에 나도 마침내 텔레병에 걸리고 말았다.
텔레텔레텔레... 텔레캐스터가 꿈에도 나와...
텔레병의 치료약은 역시 텔레캐스터
그래서 파고든 텔레의 세계.
하지만 언제나 가성비를 따지는 내게 펜더는 시작 전부터 눈밖에 난 브랜드였다.
허나 펜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정통성이 있는 스콰이어(Squier)라면!?
그 무렵에 스콰이어 텔레는 신형인 소닉 시리즈와 어피니티, 클래식바이브 시리즈로 나뉘었는데
내 눈에 들어왔던 건 소닉과 클래식바이브였다.
소닉은 가격이 너무나 착했고 클래식바이브는 비용이 좀 더 나가지만 꽤 평가가 좋아서 눈이 갔는데...
최종 선택은 우리 동네 기타 매장에 있던 클래식바이브 50s 화이트블론드였다. (작년 6, 7월쯤)
막상 가보니 소닉은 없었고 직접 쳐볼 수 있는 건 어피니티와 클래식바이브 두 종류였는데,
넥만 잡아봐도 뭘 골라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금처럼 기타 개조 혹은 Diy를 할 줄 알았다면 어피니티를 골랐거나 다른 데서 소닉을 샀을 테지만
그런 아이디어가 없던 당시로서는 그냥 질 좋은 클래식바이브를 사서 잘 쓰자는 그런 생각이었다.
한편으론 이미 기타가 있는 상태에서 '이걸 또 사는 게 맞나'하는 고민도 계속 있어서
시원하게 결정을 내리진 못했지만, 이렇게 글을 남긴다는 건 결국 기타를 샀다는 뜻이다.
막상 구매하고 나니 왠지 살짝 긴장이 되면서도 뭔가를 탁 털어낸 것 같았는데
그게 (돈을 주고) 텔레병을 벗어나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ㅎㅎ
어차피 텔레 증후군의 치료제는 텔레캐스터뿐.

소리는 당연히 텔레 특유의 트와앙(Twang)하는 사운드이고
넥이 두껍진 않은데 잡으면 손바닥에 꽉 차는 듯한 충실감(?)이 있다.
요런 넥감 좋다.
피니쉬는 유광인데 왠지 모르게 땀이 나도 연주가 불편하지는 않았다.
요 점은 내가 달라진 건지 넥이 좋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네.
인도네시아산이라서 그럴까 프렛 마감에 살짝 거슬리는 부분이 있지만 연주하는 데 문제는 없고
전체적으로 잘 만든 기타라는 생각.
(나중에 다른 기타를 계속 치다가 오랜만에 요 클래식바이브를 잡으니 넥감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넥 스케일과 브릿지 형태에서 오는 차이인 것 같은데 텔레는 밴딩할 때
레스폴의 억센 현과는 다른 쫀득하고 유들유들함(?)이 있다.
한마디로 밴딩(초킹)할 때 힘이 덜 든다. 손가락도 덜 아프고.
색상의 경우, 제품 홍보용 사진상으로는 그냥 흰색 같지만 실제로 보면 조금 허여멀건한 살색처럼 보인다.
나는 어피니티와 소닉의 화이트 컬러를 비교군으로 두었기 때문에
클래식바이브를 실물로 봤을 때 살짝 실망감이 있었다.
단점을 꼽자면 무게가 엄청나다.
목재가 파인이라고 하니 아마 소나무 같은 침엽수 계통일 텐데 레스폴보다 더 무거운 것 같음.
방구석에서만 치니까 내가 허리 아프게 들고 칠 일은 거의 없겠지만
앉아서만 쳐도 허벅지에 압박이 대단하다.
그리고 텔레캐스터 디자인 자체가 비인체공학적(생김새가 그냥 평평한 나무도막)이라서
연주할 때 몸 이곳저곳이 불편하고 통증이 생긴다.
골반, 옆구리, 어깨 등등.
근래 육아로 인해 어깨가 좀 불편해지면서
연주감은 좋지만 통증을 유발하는 이 기타가 조금은 딜레마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바디 뒷면이 컨투어(옆구리쪽의 곡면 커팅) 처리된 어피니티를 사는 편이 좋았겠다 싶다.
아무튼 요 클래식바이브를 잡고 어깨 통증과 연주감 사이에서 고민 하다가 무언가를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른 글에서 계속-!)
텔레캐스터 꾸미기 - 픽가드 교체
에피폰과 지오 아이바네즈 GSA60을 이리저리 개조하고 꾸민 이후
가성비 좋은 부품 수급처(?)를 알았으니
스콰이어 텔레도 더 예쁘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최근에 픽가드를 교체했다.
하지만 텔레캐스터는 모델 연식에 따라
픽가드 나사 구멍 개수가 다르거나 위치가 조금씩 달라서
(또 제조사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고) 막상 배송을 받아보면 안 맞는 경우가 있다.
일단 클래식바이브 50s는 픽가드 나사 구멍이 5개인데 교체용으로
스테인드글라스 느낌(혹은 전복색이라고도...)의 픽가드를 찾아보니
내가 발견한 건 전부 나사 구멍이 8개짜리였다.
일단 나사가 들어갈 위치 다섯 군데는 구멍 8개짜리에도
대강 치수가 맞을 것 같아서 주문했는데 받아보니 세 군데 위치가 미묘하게 달랐다.
기타 바디에 손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기에 새 픽가드의 나사 구멍을
살짝 넓히거나 비스듬하게 깎아서 어찌어찌 장착을 했다.
건프라 작업용으로 공구가 좀 있어도 기타 픽가드는 강도와 두께가 프라모델과는 달라서
깎는데 꽤 애를 먹었다.
그래도 다른 모디 작업을 할 때만큼의 고생은 아니어서 할 만했고 결과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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