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회사를 다니긴 했으나 금전적 이익과 좋은 친구를 몇 명 얻은 것 이외에, 몸과 마음 모두 고생이 컸기에 발전 없는 제자리 걸음을 했다고 생각한다. 2009년을 되돌아보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다는 점이 참 기쁘고, 그 덕분에 정말 일한 것 외에는 기억이 안날 만큼 바빴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한가할 때는 상당히 한가했는데 그게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바쁜 기억의 비중이 훨씬 큰 것이겠지. 아무튼 지금보다만 조금 더 부지런하게 공부하며 일하며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일이 번역이다 보니 어학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매일 같이 글자만 봐서 그런지, 아니면 중학교 이후로는 책읽기에 흥미가 떨어진 탓인지, 현재 상태로는 半의무적으로 책을 많이 봐야 하는데 (영, 일, 국문을 막론하고 문장, 단어 공부를 겸하여..) 시간이 많을 때도 영 손에 잡히지 않으니, 이건 순전히 내 탓을 해야 한다. 올해는 책을 좀 더 읽을 수 있길.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2009년에 읽었던 책부터 정리를 해봐야겠다.
그림자 자국 - 드래곤 라자의 10주년을 기념하여 이영도가 간만에 라자의 세계관을 단행본으로 냈다. 드/라와 퓨처 워커, 이영도 단편집에 나오는 핸드레이크 & 솔로처의 이야기를 매우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이 책을 샀고, 열심히 읽었다. 여느 이영도 소설과 마찬가지로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하며 주제도 심오하다. 음...근데 그 주제가 생각이 안 난다 -_-;; 또 한 번 읽어볼 때가 된 듯.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낱말편) - 줄여서 국밥. 이건 순전히 국어 감을 살려보려고 읽었는데, 평소에 헷갈리는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점과 유사점 등을 어원 혹은 유래를 따져 설명해주는 책이다. 예를 들어 씨와 씨앗의 차이, 장면과 광경의 차이, 속과 안의 차이 같은, 갑자기 설명하라면 말문이 턱 막힐 만한 단어의 비교를 주제로 삼고 있다. 꼭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하는 말 속에서 제대로 된 단어를 가려 쓰는데 도움이 되고 상식 증진에도 도움이 되는 책.
청춘불패 - 이외수가 젊은이에게 알려주는 인생 사는 방법. 책 내용이 딱딱하지도, 그 분량이 많지도 않고, 편한 마음으로 읽을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기에,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며 곰곰이 음미하며 읽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삽화도 간결하여 글과 잘 어울리는 담백한 책.
말 노려보기 - 블로그에 이 책에 대해선 약간 소개한 적이 있는데,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보다는 내용이 좀 더 복잡한 편. 국어를 잘 쓰고 싶다면 이 책 또한 어느 정도 도움이 될 듯하다. 신문 내용을 기준으로 문장이나 단어 활용의 오류를 짚어보는 내용인데, 개인적으로 저자의 문장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나, 그래도 국어 지식을 쌓는데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폴라리스 랩소디 1~8 - 이영도의 2000년도 장편 소설. 총 8권짜리 소설인데,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난 드래곤 라자와 퓨처 워커의 세계관에 푹 빠져 있던 탓에, 갑자기 바뀐 소설 속 세상이 마음에 안 들어 2권까지만 읽고서 책을 덮어버렸다. 그러다 무려 9년이 지난 작년에 그 두 권을 다시 펴보고는 나머지 여섯 권을 몽땅 사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드/라나 퓨/워와 또 다른 주제를 제시하면서 더 머리를 아프게 하는데, 지금에 와서 보건대 이영도의 글솜씨가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내용 진행만큼은 정말 재밌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을 위한 '언어란 무엇인가' - 청소년이 아니라서 읽어봤자 도움이 안 될 책은 아니다. 언어의 탄생 과정이나 각 언어간의 상호 작용 등에 대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쉽게 설명한 책인데, 어차피 이런 책을 옛날에 읽어본 것도 아니고 복잡하게 설명한다고 내 머리가 더 똑똑해질 것도 아니기에 이 정도 수준의 설명에 만족한다. 번역일을 하다보니 '말' 자체에 흥미가 느껴져서 그냥 집어들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도움이 됐다. 뭐, 어느 책이든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있겠냐마는.
핀란드 공부법 - 저자의 미모가 마음에 들어 우연히 집어들었다가 편하게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에 덥썩 구입. 일본 고등학생이 핀란드로 유학을 가 핀란드식 교육을 접하고서 쓴 경험담이다. 핀란드 교육에 대해서 복잡다단하게 쓴 책도 많지만, 이 책은 저자가 경험한 대로 쉽게 설명을 했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있었다. 번역서이기 때문에 그다지 마음에 드는 역문은 아니었지만 내용은 괜찮았다.
행동하지 않으면 실패도 성공도 없다 - 데일 카네기 저. 서점에 갔다가 할인을 하길래 슬쩍 읽어보다가 사버린 인생용 교과서. 카네기의 저서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다양하게 발간돼 있고, 그것을 응용한 성공론이나 인생론에 관한 책도 많이 있으므로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게다가 대개 이런 책은 지극히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한 권 정도 소지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내용을 숙지하여 실천에 옮긴다면 더욱 좋을 듯하다. 언제나 실천과 효율성을 중요히 여기는 나지만, 이런 책을 읽다보면 그때 그때 새삼 깨닫는 점이 생겨서 큰 도움이 된다. 너무도 평범한 내용이라 잘 잊어버리기 쉬우므로 자주 봐두는 것이 좋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