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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 재미/비디오 게임

FC 록맨 5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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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다 보면 정말 재미 있어서, 아니면 근성으로(?), 

아니면 별 생각 없이 어찌어찌 하다 보니 끝을 보게 되는 게임이 있다. 

1989년에 재믹스에 손을 댄 이래로 나름대로 많은 게임을 거치면서 

그중 일부는 끝을 봤고, 대다수는 끝을 못 봤다. 

하지만 엔딩을 못 봤다고 아쉬운 게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린 내가 하기에는 너무 어려워서, 일본어나 영어를 몰라서, 

또는 그냥 성격에 안 맞아서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대체로 그냥 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한데 록맨 5는 왠지 좀 아쉬웠다. 당시 열심히 사보던 게임챔프의 리뷰를 보고 

1993년인가 94년에 팩을 교환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그때의 내가 하기에는 많이 어려웠다. 

일단 다음 화면의 맵이 어떻고 어떤 적이 있는지 모른 채 한두 번은 두들겨 맞고 죽어 봐야 하는, 

그렇게 해서 맵을 외워야만 그 스테이지를 깰 수 있는 불합리(!!!?)한 시스템에 적응을 못했다. 

록맨은 등장 캐릭터들과 일러스트가 매력적인 게임이었지만 

나는 결국 여덟 보스 중에 서넛 정도밖에 못 깨고 팩을 교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언젠가는 록맨5를 다시 구해서 끝을 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밀레니엄에 들어서고 대략 10년쯤 지나 패미컴(FC)과 슈퍼패미컴(SFC)을 다시 잡으면서 

어릴 적에 끝을 못봤던 게임들을 찾았는데 최우선으로 구한 것들이 FC용 드래곤볼 Z1과 록맨5, SFC용 파이널 판타지6, 크로노 트리거였다. 

드래곤볼 Z1은 2011년에 포스팅했듯이 클리어를 했고 크로노 트리거도 기록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몇 년 전에 엔딩을 봤다. 

아마 크로노 트리거는 고등학교 때 에뮬레이터로 하면서 기본 엔딩을 봤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 

그래서 처음부터 시작해 라보스를 잡고 확실히 끝냈다. 멀티 엔딩인 건 알지만 거기까지는 다 못하겠고...


그다음으로 끝을 본 것이 록맨5인데, 며칠에 걸쳐 차근차근 여덟 보스를 잡고 부르스 스테이지로 넘어가니 

죽을 때마다 패스워드가 똑같아서 좌절했다. 

한 번에 다 끝내지 못하면 부르스 스테이지 1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힘들어서 게임기 전원을 끄고 싶은 마음이 몇 번이나 들었지만 이대로 끄면 다시는 엔딩을 못 볼 것 같아서 버텼다. 

중간에 커피도 마시고 휴식도 취하고... 일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

와일리 스테이지 최종 보스전에 가서는 몇 칸 되지 않는 피통에 E캔도, M캔도 없이 수차례 죽다 보니 

짜증이 나서 패드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그래도 반복의 힘인지 공격 패턴에 차츰 적응이 되어서 막판에 에너지 한 칸인가 두 칸을 남기고 겨우 와일리를 잡았다. 

오랜 시간 패드를 잡고 생긴 허리 통증과 짜증, 분노 때문에 감동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래도 후련했다. 20년 넘게 마음 한구석에 있던 짐을 덜어낸 느낌.  

그저 게임일 뿐인데 왜 아쉬움이 있었을까. 마음에 든 게임을 중간에 포기하는 게 싫었던 걸까. 

지금으로서는 그게 궁금할 뿐이다. 

이제 파이널 판타지6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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