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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 재미/책

번역은 반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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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에 읽은 책. 

번역에 대해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책으로, 

번역의 역사와 국내에서 번역과 책을 대하는 현실을 다룬다. 

글을 옮기는 방법과 기술을 소개하는 실용적인 책은 아니지만 

번역에 몸담았거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다. 


저자 박상익은 서양사 교수이자 번역가로, 

이 책을 통해 국내외 고전 번역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얼핏 보아 단순한 해석조차 어려운 고전을 

우리 번역 환경에서 수개월, 수년에 걸쳐 우리말로 옮긴다는 것은 

번역가에게 거의 굶어 죽으라는 말과 같다. 

당연히 이처럼 열악한 현실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으며 

저자는 성실한 번역자들이 공을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개선의 필요성을 논한다. 

번역자라면 피할 수 없는 오역 논란은 지적당하는 자와 지적하는 자의 입장을 

구체적인 예시로 보여주어 어느 정도 중립적인 시선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1장부터 4장까지 수많은 인용문과 주석이 붙어 있는데 

술술 읽히는 본문과 더불어 각 꼭지의 주제 이해도를 훌쩍 높이는 데 기여한다. 

독서를 하다 보면 간혹 주석이 번거롭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이 책의 주석과 부록도 흥미롭게 읽었다. 


어설프게나마 번역을 하는 입장에서 이 책에서 언급된 몇몇 책들을 우리말로 옮겨보고 싶지만, 

내용상의 어려움과 많은 분량 문제, 또 한다 해도 과연 어느 출판사가 합당한 가치를 지급할 것인가 하는 

걱정으로 섣불리 달려들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책을 읽지 않는 풍조, 반편이 도서정가제, 스마트폰의 등장, 온라인 서점과 출판사의 대립 등 

출판계에는 수십 년간 산적해 온 문제에 또 문젯거리가 쌓여가고 있다. 

과연 언제 책이 다시 기회를 잡을 것인가. 

일단은 출판계 내부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야 실마리가 생기지 않을까. 

그래야만 가치는 무수히 높지만 지금은 돈 안 되는 고전 역시 언젠가 제대로 번역할 수 있을 테다. 


책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겼으므로 

책 읽기를 좋아하고 책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바란다. 



네이버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89080




우리 번역문화에 대한 체험적 보고서 <번역은 반역인가>. 서양사 교수이자 인문학술 분야 번역가인 저자가 수 년 동안 번역작업을 해오면서 직접 체험한 한국 번역문화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진단한 책이다. 일반적으로 번역의 불완전성과 불가능성을 의미하는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담론을 부정하며, 오히려 문화의 질적ㆍ양적 확장을 꾀할 수 있는 번역작업을 기피하고 대학원생들에게 떠넘기는 교수의 행태야말로 반역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논문 쓰기만을 교수의 주요 업적으로 인정하는 대학의 연구 풍토, 저자에 비해 번역가를 대우해주지 않는 출판시장 구조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번역문화의 부실을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서유럽, 이슬람, 일본, 중국의 역사를 번역을 통해 재조명함으로써 번역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번역가로서 현장에서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번역작업을 할 때 부딪치는 현실적 문제들과 한계, 그것을 뛰어넘기 위한 대안, 실무적 조언 등을 함께 들려준다.


목차


머리말
1장 번역의 역사
일본과 중국의 번역사
근대 일본의 번역
잃어버린 1백 년
중국의 불경 번역
중세 이슬람과 서유럽의 번역사
번역의 시대
'야만족' 서유럽인의 무슬림 격퇴
이슬람 문명의 황금시대
아랍인과 서유럽인은 닮은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탄 난쟁이
사전 이야기
옥스퍼드 영어사전
제임스 머리와 윌리엄 체스터 마이너
영어사전과 한국어사전
마른 행주 쥐어짜듯
2장 슬픈 모국어
모국어와 외국어
아무리 그래봐야 너는 조선인이다!
못 말리는 대한민국
그들만의 리그
대중의 반란
독자들의 함성
교수와 대학원생
야단맞는 대학 교수
지식인의 반역
심각한 중역重譯문제
정신의 불량식품
인문학의 위기?
3장 번역의 실제
번역자의 조건
다양한 참고 도서의 필요성
무식유죄無識有罪, 유식무죄有識無罪
모국어 구사 능력
글쓰기와 글읽기
오역 문제
오역을 지적당하는 괴로움
행복한 비판, 불행한 비판
스승을 따르자니 사랑이 울고, 사랑을 따르자니 스승이 울고
번역 환경
고달픈 번역 작업
번역가가 되고 싶은데
한심한 번역 환경
출판 기반의 붕괴
우리의 좌표
번역자와 편집자
행복한 만남, 불행한 만남
혼돈에 질서를 주는 편집자
출판사 사장 대학 총장론
4장 책의 세계
도서관 이야기
동네 유료도서관
한심한 공공도서관
공공도서관의 각설이타령
개인도서관의 필요성
위선도 그리워
과소비는 무죄?
우리의 미래
김용옥의 문제 제기
김교신과 박종홍
책의 힘
<아레오파기티카>
국민 모독
번역가를 꿈꾸는 젊은 인문학도들에게
부록 1: <번역 경시는 지식인의 반역>
부록 2: 독자들의 반응
참고 문헌
주석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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