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에 읽은 책.
4월에 《이야기 세계사》를 읽고 세계사 쪽 흐름을 더 봐야겠다 싶어서 읽어봤다.
1988년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내가 본 책은 1994년 1월 20일에 발행된 12쇄짜리다.
오래된 만큼 표지도 속지도 모두 노랗게 바랬다.
맞춤법도 80년대 말의 형태가 살아 있어 학교에서 받아쓰기하던 그 시절이
얼핏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이야기 세계사》는 서양의 역사 흐름을 줄줄 이어 설명하는 책인데 반해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특정 사건을 주제로 하여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근현대사 위주이므로 학교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부분을 깊이 짚고 넘어간다는 의의가 있고
과거에 맹목적인 반공주의와 냉전 이데올로기 때문에 자행되었던
왜곡된 교육에 대한 배신감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팔레스타인 사태나 러시아의 10월 혁명, 20세기 베트남의 고난사는 거의 모르는 수준이었고
사라예보 사건이나 대장정도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았기에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었다.
새삼 알게 된 것은 혁명의 시작과 의의가 아무리 좋더라도 종국에는 그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에 의해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사람이 얽힌 만사가 그렇겠지만 결국 역사는 '인물론'에 좌우되는 듯하다.
수많은 인간의 의지가 모여 흐름을 만들고 혈전이 벌어지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중심에 있는 한두 사람의 결정과 오판, 사리사욕 따위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다는 데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현실의 정치판과 경제계에서 부족함 없이 매일 같이 느끼는 감정이지마는
지금까지 세계 역사가 그런 문제의 반복에 반복이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별다른 희망을 품기 어렵다는 확인증 같아서 더 아쉽달까...
민의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간 크고 작은 혁명과 변화가 있었지만
국가나 대중이 새로운 수준으로 거듭나는 속도는 무척 느리다.
현대인이 분명히 수백, 수십 년보다 정신적(이 부분은 아닐 수도), 물질적으로 진화한 인류일지 모르나
지금 같은 속도로는 우리가 고도의 지성인이 되어
고효율적인 체제와 역사를 만들기 전에 지구 환경이 못 버티고
20세기의 확장적이고 소비지향적인 경제 체제(이미 버릴 때가 됐지만...)가 고장 나버리고 말 것이다.
'모든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 현실을 보면 그런 흐름을 만드는 것도, 거기에 적응하는 것도
먼 미래의 일인 것 같다.
네이버 책 정보
(현재는 절판된 것으로 보인다.)
독특한 시선과 냉철한 견해로 읽는 세계사
세계사의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 근대사를 조명한『거꾸로 읽는 세계사』. 세계사 가운데 굵직 굵직하게 일어났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으로 사회주의의 몰락과 베트남전,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일 통일에 이르기까지 근대사를 바라본다.
독특한 시선과 냉철한 견해로 양식 없는 보수주의 자들이 교과서와 매스컴으로 주입한 맹목적 반공주의와 냉전 이데올로기에 대한 작가의 저항과 공정한 역사를 바라보는 눈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목차
1. 드레퓌스사건-진실의 승리와 더불어 영원한 이름
2. 피의 일요일-혁명과 전쟁의 시대가 열리다
3. 사라예보 사건-총알 하나가 세계를 불사르다
4. 러시아 10월 혁명-세계를 뒤흔든 붉은 깃발
5. 대공황-보이지 않는 손의 파산
6. 대장정-중화인민공화국을 낳은 현대의 신화
7. 아돌프 히틀러-벌거벗은 현대 자본주의의 얼굴
8. 거부하는 팔레스타인-피와 눈물이 흐르는 수난의 땅
9. 미완의 혁명 4.19-자유의 비결은 용기일 뿐이다
10. 베트남 전쟁-골리앗을 구원한 현대의 다윗
11. 검은 이카루스, 말콤 X-번영의 뒷골목 할렘의 암울한 미래
12. 일본의 역사왜곡-일본제국주의 부활 행진곡
13. 핵과 인간-해방된 자연의 힘이 인간을 역습하다
14. 20세기의 종언, 독일 통일-통일된 나라 분열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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