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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 재미/책

번역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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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이야기, 식물 역사를 뒤집다
식물,역사를 뒤집다
나이키 이야기
예스24 | 애드온2


(위 이미지는 네이버 책 소개란을 캡쳐한 것.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197930)
(주간 번역가 카페에 올린 독서 후기글입니다. http://cafe.naver.com/transweekly)

16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살았던 서양의 남성 번역가들을 다룬 책입니다.

그들이 번역을 하게 된 계기, 각자의 번역 방식에 영향을 미친 시대 환경 및 각 배경,

번역을 향한 번역가들의 고뇌 등을 390쪽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번역학에서 다루는 주제를 사례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책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번역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한 번쯤 읽어볼 필요는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고요,

특히 요한 요아힘 크리스토프 보데, 벤담의 이론을 세상에 알린 에티엔 뒤몽, 발레리 라르보,

피에르 바이야르종의 이야기에서는 번역가가 책 한 권을 내기까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기에, 모든 문장가들이 눈여겨 봐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에티엔 뒤몽과 피에르 바이야르종의 사례에서 나온 번역 방식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에티엔 뒤몽은 공리주의자 제레미 벤담의 정리되지 않은 이론을

모두 체계화하고 번역한 공리주의의 숨은 공로자입니다. 아마 그가 없었더라면

공리주의는 그냥 묻혀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그리고 피에르 바이야르종이 추구한 번역의 간결성, 충실성, 예술성은 좋은 번역을 바라는

번역가가 따라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번역가들을 알고 읽은 것은 아니고 그냥 번역과 관련된 책이라서 사서 읽었을 따름이라

책에서 소개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단점으로는 이 책이 프랑스에서 쓰인 책이라 번역문의 사례가 나오는 부분에서

눈이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프랑스어 원문과 다른 언어를 대비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하는데 원문과 타언어로 된 번역문을 비교할 능력이 없는 한 그 아래 쓰인 한국어 번역문을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한 번역을 하는 저로서는 세세한 번역 사례까지

읽기가 어렵더군요. 그런 이유로 저는 책에서 소개한 번역가들의 큰 관점에만 주목했습니다.


가장 큰 단점으로는... 번역을 다룬 책임에도 번역문 자체가 그리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저도 그렇고 누구든 간에 자기 번역이 그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흔히 잘 번역되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난해하게 읽히거나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

어감이 나쁘거나 문장이 지나치게 길거나... 그런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잖아요?

이 책에는 그런 부분이 많습니다. 문장이 너무 길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되거나

다른 단어로 대체하면 더 이해하기 쉬울 텐데...하는 아쉬움, 그런 점 말이죠.

사실 번역하는 입장에서 동업자들을 감싸줄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런 번역은 절대로 하지 않아야지'하는 생각이 자주 들더군요.

그래서 더 아쉬웠고요.

결과적으로 책이 다루는 내용 면에서는 번역자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문장에서는 또 다른 깨달음(?)을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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