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오덤(Eugene P. Odum) 교수가 쓴 《생태학》이라는 책은 12년 전 내가 대학교 1학년 시절에
생태학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 참고 서적으로 추천해주신 책이다.
전공도 생태학 쪽이고 그때 수업이 마음에 들어서 사두었는데 첫 페이지만 펴보고
읽지 않은 채 12년이 지났다. 언젠가는 읽어보겠다고 늘 책상 책꽂이에 꽂아뒀지만
대학교를 졸업하고 내 전공이 뭐였는지 가물가물해질 즈음에 이 책을 펴볼 만한 사건이 생겼다.
《Wasted World》라는 생태학 관련 책이 일감으로 들어오면서 옛날에 배운 개념들을 다시 들춰봐야겠다 싶어
일하는 내내 옆에 두었는데, 정작 일할 때는 읽어보지도 못하고 (사실 한가하게 책 따위(?)를 읽을 시간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
작업이 다 끝난 뒤에야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ㅠㅠ
유전 오덤 교수의 《생태학》은 생태학 분야의 명저라고 알려져 있지만 어차피 이 분야 사람들이나 공부 삼아 읽을 만한 책이고
흔히 대학교 교재에서 볼 수 있는 번역투 충만한 글이 가득하여 재미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재미가 없다고 하기도 그러려나?
하지만 전문 용어나 설명은 《Wasted World》를 번역하기 전에 미리 읽어뒀으면 더 좋았을 법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그런 부분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공부를 허투루 한 건 아니라는 안도감도 살짝 들었고.
생태학은 생물과 환경의 상호작용 및 영향을 살펴보는 학문이기에 생물군과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를
우리에게 숫자와 그래프, 다양한 시각 자료로 보여준다. 이 주제를 다룬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 한 곳에 모여사는
생물군이 맞이하는 운명은 거의 다 똑같다. 자원이 부족해서, 환경이 오염돼서, 경쟁이 심화돼서 멸종하거나 이주하게 되는데,
이 점은 우리 인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구가 굉장히 넓고 인간 군집이 수십억에 이를 만큼 성장하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유진 오덤의 《생태학》은 생태학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사례를 아주 부드럽게(?),
온건하게 소개하면서 '인간 사회를 보전하려면 이러저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도로 마무리하고 있지만
사실 조금 더 과격하게, 또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면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이 계속해서 지금처럼 막 살다가는 지구는 곧 끝장이 난다. 즉 인간이라는 종과 모든 생물이 끝장 난다.'
여기서 미지의 기한을 뜻하는 '곧'이 의미하는 기간은 생각보다 매우 짧을 우려가 크다.
아마도 곧(?) 출간될 번역서를 읽어보면 다들 충격을 받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