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일본 소설을 읽기 시작한 거, 이왕이면 다른 것도 읽어 보자 해서
책장을 훑어봤더니 이런 책이 있더라. 동생이 몇 년 전에 사둔 책인데 상권만 읽고 하권은 아예 새 책 상태였다.
나쓰메 소세키라는 이름을 들어는 봤지만 책을 읽어본 것은 처음. 작가 소개를 보니 이 책이 데뷔작 비스무리한 것 같다.
이름 없는 고양이가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제 나름의 관점에서 인간의 우매함을 비판하는 내용인데,
비판하는 화자인 고양이도 절대적으로 현명하거나 지식이 많은 입장이 아니라서 어떤 때는 딱 고양이 수준에서
인간 세계를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양이를 통해 작가가 우리 삶을 에둘러 표현하고 잘못을 집어내는 것이기에
대사 한 마디를 읽을 때도 한 번씩은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고양이의 주요 관찰인물인 주인집 쿠샤미 선생의 방에는 날마다 사람들이 놀러(?) 오는데 그 모습이 참 재미있다.
미학자인 메이테이 선생, 대학 석사인 간게츠 군, 마찬가지로 고등교육을 받은 도후 군, 회사원 스즈키 군 등
쿠샤미 군의 지인들이 모여 주고받는 이야기는 20세기 초 일본의 분위기를 잘 느끼게 해주고
지금처럼 다양한 놀잇감이 없었던 시기에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보냈는가를 보여준다.
서로 고민 상담을 하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거나 특이한 경험담을 차례로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새삼스럽게 '사람이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참으로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도 제각각 전화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제대로 된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을 앞에 앉혀 놓고 뭣들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앞에 있는 사람을 두고 전화기의 메신저를 두드리며 더 멀리 있는 사람과 대화에 몰입하는 현실은 분명히 뭔가 잘못됐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함께 있는 사람과 대화하기가 쉽지 않아서, 아니면 재미있게 말을 이어가는 방법을 다들 잊어 버려서,
또 옛날에는 친했는데 지금은 그만큼 왕래가 적어져 친하지 않은 탓에 어색하여
몇 번이고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20세기 초의 도도한 고양이는 가끔 바보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냉정한 시선으로 사람 사는 세계를 보았고
나는 그 시선에서 비판적인 느낌보다 인간미 있는 옛날에 대한 향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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