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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 재미/책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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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책장에 꽂혀 표지색과 속지들이 노오랗게 바래어가던 책들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작년부터 꺼내어 보기 시작했다. 나는 산 적도 읽은 적도 없는 책들인데 책장에 꽂혀 있는 걸 보면 

어머니나 동생이 샀거나 어디에선가 빌려왔다가 반납을 하지 않은 듯(!)하다. 

이 책의 초판은 1992년 10월 15일에 발행되었는데, 내가 읽은 것은 2002년도 3월 21일자로 발행된 재판 57쇄판. 

으어... 엄청나게 팔렸네. 요즘 나오는 책은 출판사가 바뀌고 표지도 바뀌었다.

이런 책들을 보면 책 관련 일을 하는 입장에서 일단 부럽다. 

요즘은 1쇄도 다 못 팔리는 책이 수두룩한 데다가 내가 번역한 책들도 아마 1쇄 이상은 못 찍었을 것이다. 

하기야 초반에 중개업체 통해서 번역했던 책들은 출판사랑 직접 연락도 못하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언제 서점에 들러서 한 번 확인이나 해볼까... 애초에 기대를 할 건덕지는 없다만. 


십 몇 년 전에 MBC의 <책을 읽읍시다> 방송에서 좋은 책으로 선정되었던 모양인지 

금딱지가 붙어 있다. 이런 타이틀이 판매량을 극대화시켰을 텐데(물론 내용이 좋고 작가의 파워도 있을 것이다), 

요즘도 방송을 타면 베스트셀러가 되긴 한다. 

이런 현실을 맞닥뜨릴 때마다 무척 좋은 책임에도 방송을 못 타고 덜 알려져서 

묻히는 부류가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아무튼 이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책머리를 보면 작가가 기억력에 의지해서 쓴 글이라고 한다. 

오랜 옛날 일을 떠올려 글을 썼지만 기억력이 희미해진 만큼 상상력에 기대어 쓴 부분이 

군데군데 있어 수필보다는 소설이라고 부른 듯하다. 

작가의 고향인 박적골(개성 근처)에서 보낸 아주 어린 시절 이야기, 오빠의 학교 때문에 서울로 이사를 가고 

그곳에서 학교를 다닌 이야기, 방학마다 서울과 고향을 오가며 그린 당시의 세상 분위기가 담겼다. 

아주 옛날 이야기이고 내가 아는 옛날 이야기는 모두 색이 바랜 사진과 영화 같은 느낌이라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풀빛, 갈빛, 흑백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가득 찼다. 

작가가 일제 시대와 6.25를 모두 겪어서 글 속에는 오늘날의 세대가 전혀 알지 못할 고난 역시 담겨 있다. 

이런 점에서는 개인의 관점에서 쓴 일종의 역사 책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딱딱한 역사 교과서보다 훨씬 재미있고 이런저런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는 더 좋은 역사 책일 수도 있겠다. 


근현대사에서 가장 힘겨웠던 시절을 그린 책이지만 작가(주인공)은 고향 동무들과 코흘리며 싱아를 따먹던 

어릴 적이 그립고 행복했노라 말한다. 11살까지 이곳저곳 이사를 다니며 시골 생활을 했던 나로서는 

참으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고, 까마득한 옛날이 어땠는지 모름에도 왠지 모르게 작가가 말하는 

그 시절에 대한 향수까지 느껴진다. 이 책의 결말은 무시무시하면서도 너무나도 당차보여서 

그 뒤의 이야기가 굉장히 궁금해진다. 후속작이 있나 찾아봤더니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다. 꼭 읽어봐야겠다. 



네이버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16903



한국문학 최고의 유산인 박완서를 다시 읽는 「박완서 소설전집」 제19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1931년 태어나 마흔 살이 되던 1970년 장편소설 <나목>이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한 저자의 타계 1주기를 맞이하여 출간된 장편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결정판이다. 2011년 타계하기까지 쉼 없이 창작 활동을 펼쳐온 저자가 생애 마지막까지 직접 보고 다듬고 매만진 아름다운 유작이기도 하다. 마치 자화상을 그리듯이 써내려간 194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초판본에 실린 서문이나 후기를 고스란히 옮겨 실어 저자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소박하고, 진실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 저자의 삶은 물론, 그를 닮은 작품 세계를 배우게 된다.


목차


기획의 글(2002년도 판본에는 '다시 책머리에'로 되어 있다)

작가의 말 

1 야성의 시기 
2 아득한 서울 
3 문밖에서 
4 동무 없는 아이 
5 괴불마당 집 
6 할아버지와 할머니 
7 오빠와 엄마 
8 고향의 봄 
9 패대기쳐진 문패 
10 암중모색 
11 그 전날 밤의 평화 
12 찬란한 예감 

해설(2002년도 판본에는 작가 연보 없이 '작품해설'만 나와 있다)
작가 연보


여담으로 나는 책장을 정리할 때 비슷한 종류끼리 묶곤 하는데 이 책은 《좀머 씨 이야기》 《창가의 토토》와 함께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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