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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 재미/책

창가의 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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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초에 읽은 책.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처럼 작가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제2차 세계대전 시절에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던 주인공 토토(작가의 어린 시절 별명)가 

도모에 학원으로 전학한 뒤에 경험한 일들을 이야기한다. 


토토는 소학교 1학년에 퇴학(!)을 당했다. 수업 시간에 도무지 가만히 있질 못하는 데다가

창가에 서서 친동야(악기를 연주하며 상품이나 점포를 선전하는 사람)를 기다리고 

친동야가 오면 노래를 한 곡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독특한(?) 행동을 하여 결국 학교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이후에 다니게 된 도모에 학원은 폐전철을 교실로 삼은 학교로, 

정해진 과목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부터 공부하고, 점심으로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을 먹고, 

수업 시간에 산책을 다니고, 농사를 직접 지어보고, 교장 선생님이 피아노를 치고 함께 체조를 하는 그런 곳이었다.

예전 학교에서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던 토토는 자유로운 도모에 학원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자연스레 우정, 책임감, 생명의 소중함, 안전의식, 예절 등을 깨우친다. 


이런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교장인 고바야시 소사쿠 선생의 교육 철학 덕분이었다. 

아이가 하는 행동을 지켜봐주고 최대한 원하는 것을 하도록 장려하는 그의 방침은 

'원래대로 해 놓거라'라는 꼭지에서 잘 드러난다. 

어느 날 토토는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지갑을 학교 화장실에 빠뜨렸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후 아래를 내려다보는 습관 때문에 손에 든 지갑이 

아래로 퐁당 빠지고 만 것이다. 토토는 지갑을 찾으려고 자루바가지를 들고서 

분뇨를 퍼냈다. 수업이 시작됐는데도 일이 끝나지 않아서 계속 분뇨를 퍼냈는데, 

교장 선생님은 슬쩍 다가와 무얼 하느냐 물었다. 


"뭐 하는 거니?" 

토토는 손을 멈추는 시간도 아까웠다. 그래서 자루바가지를 계속 밀어넣으며 대답했다. 

"지갑을 떨어뜨렸어요." 

"그래?" 

교장선생님은 단지 그렇게 말한 후, 늘 산책하던 모습으로 뒷짐을 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로부터 또 시간이 한참 지났다. 

지갑은 아직 찾지 못했다. 분뇨더미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그때 교장선생님이 또 지나가며 물었다. 

"찾았니?"

땀에 흠뻑 젖고 뺨까지 새빨개진 토토는 분뇨더미에 온통 둘러싸인 채 대답했다.

"아뇨, 아직..."

선생님은 토토의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서 쳐다보며 친구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끝나고 나면 전부 원래대로 해 놓거라."

그리고는 또 아까와 마찬가지로 어디론가 가버렸다. (창가의 토토 57쪽)


수업을 땡땡이치고 제멋대로 학교 화장실의 똥을 푸다니, 

보통 학교 같으면 엄청 혼을 내고 다음날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할 일이다. 

그런 사건을 그저 지켜보고 아이에게 담담하게 책임감을 일러줄 줄 아는 고바야시 교장은 

대단한 교육자가 아닐 수 없다. 아쉽게도 이 분은 자신의 이상을 모두 실현하지 못하고 

69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작가 구로야나기 테츠코는 고바야시 교장의 유지를 잇고

그의 교육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어떠했는지를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부모님께 간청하여 산 병아리가 금방 죽어 슬퍼하고, 학교 운동장에서 야영을 하고,

친구들과 운동회, 소풍, 나무타기를 경험하고 수시로 꿈이 바뀌어서 날마다 "나는 ~~가 될 거예요!"라고 외치는 

토토의 모습에서 내 어린 시절도 아련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아이다운 것이 무엇인지,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마음껏 감동할 수 있는 책이다.



네이버 책 정보




주인공 토토가 인생에 있어 가장 값진 초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며, 자연과 친구와 다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준 당시의 스승과 아이들의 인격과 개성을 존중한 수업 방식의 탁월함을 풀어나간 이야기를 담은 <창가의 토토> 개정판.

문제아로 찍혀 초등학교에서 퇴학당한 토토가 도모에 학원의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을 만나면서 겪는 변화를 담은 이 책은 저자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자전적 소설이다. 서투르게 느껴질만큼 소박한 작법이 오히려 독자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사환 아저씨가 변소 청소를 하면서 잠깐 정화조를 덮어둔 신문지가 뭔가 하고 뛰어들었다가 분뇨투성이가 되고 부상 군인들을 문병 간 병원에서 '꼭꼭 씹어요' 라는 점심시간 노래를 부르는 등 여전히 천방지축인 사고뭉치 토토. 도모에 학원에서 토토는 여느 학교에서라면 수없이 비난받고 조롱받은 끝에 영원한 핸디캡으로 굳어졌을 자기의 천진한 활력을 더욱더 사랑스럽게 꽃피워낸다. 

이 책은 자기 몸의 수치심을 영원히 잊어버리고 운동회의 우승을 모조리 휩쓴 장애아 다카하시 같은 아이들을 통해, 행복한 시간을 즐기는 가운데 아이들이 인생의 지혜와 덕목을 체득할 수 있는 진정한 교육의 이상을 제시한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아이들의 감정과 행동, 교육의 참모습이 짤막짤막한 이야기로 경쾌하고 따스하게 이어지며 여운을 남기는 가운데, 이러한 아이들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이와사키 치히로의 일러스트 역시 눈길을 끈다.


목차

- 처음 가 보는 전철역 
- 창가의 토토 
- 새 학교 
- 마음에 들었어 
- 교장선생님 
- 점심 시간 
- 오늘부터 학교에 간다 
- 전철 교실 
- 첫 수업 
-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 
- 꼭꼭 씹어요 
- 산책 
- 교가 
- 원래대로 해 놓거라 
- 내 이름은 토토 
- 만담 
- 전철이 온다 
- 알몸으로 수영해요 
- 통지표 
-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 대모험 
- 귀신은 안 무서워 
- 아빠의 연습실 
- 온천여행 
- 리드미크 
- 평생의 소원 
- 가장 허름한 옷을 입히세요 
- 새로 온 친구 
- 뛰어들면 안 돼 
- 그리고 말이지 
- 장난을 쳤을 뿐이야 
- 운동회 
- 어느 소박한 시인에 대하여 
- 정말 이상해요 
- 손으로 말해요 
- 똑같은 친군데 
- 처음으로 땋았어요 
- 땡큐 
- 도서실이 생겼어요 
- 꼬리 
- 두 번째 봄 
- 백조 공주를 꿈꾸며 
- 농부 선생님 
- 앗! 뜨거 
- 사실은 착한 아이란다 
- 색시가 될 수 없어 
- 누더기 학교 
- 리본 
- 문병 
- 건강 나무껍질 
- 영어를 하는 아이 
- 학예회 
- 분필 낙서 
- 야스아키가 죽었다 
- 여자 스파이 
- 아빠의 바이올린 
- 약속 
- 로키가 사라졌다 
- 다과회 
- 안녕! 안녕! 
- 작가 후기



내가 읽은 것은 프로메테우스 출판사에서 2003년에 증쇄한 책(2000년 6월 1일 초판)인데,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06652)

2013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삽화가 추가된 양장판이 나왔고,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375940)

2015년에는 김영사에서 《Illust 창가의 토토》라는 제목으로 삽화가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 100여점을 담은 판본(양장판)이 나왔다. 

아름다운 그림 때문에라도 한 권을 더 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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